처음에 촛불집회가 처음 열렸을 때, 부정적으로만 보였다.
분명히 정부가 협상을 잘못을 하긴 했지만 집회에 나온 사람들도 대선이나 총선 때는 뒷짐지고 있거나
경제를 살려줄 거라고, 그래도 이제는 한나라 당이지, 경제 대통령이지 하고 뽑아준 당사자들이 아닌가.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하게 뽑아두고나서 이익에 어긋난다고, 제 입에 들어갈 것이 문제가 생기니
이제와 떠드는 구나. 토사구팽과 뭐가 다른가.
또 한편으로는 아무리 두뇌가 저용량이어도 그렇지, 사람들의 이기심 덕에 정권을 꿰찼으면
그 이기심만은 건들이지 않은 한도에서 삽질을 하건 뭘 하건 해야되는 게 아닌가, 머리 나쁜놈.
해가면서 모두를 그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금방 시들겠지.
정치인들이 말을 바꾸고, 이리저리 단체에서 나서서 구호를 외치면 우왕좌왕하다가 흐지부지 되겠지하고
차가운 눈과 딱딱한 마음으로 거만하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힘은 쎘다.
정부 차원의 대책도 엉망진창인 이 땅에서 스스로 광우병과 통상법에 관한 것을 공부하고 알렸다.
그리고 스스로 네트워크에서 학습하고 교류한 수많은 정보로 정부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진실을 알렸다.
정부가 말을 바꾸고 물타기로 예의의 그 눈가리고 아웅식의 회유를 수도 없이 시도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 광장을 지키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시민들은 스스로 똑똑해지고 교류하고 진화했다.
자신들이 옳다는 것을 굳게 믿기에 비관하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집회를 축제로 만들어 나갔다.
정부가 폭력으로 대응해도 끝까지 손에는 돌맹이 하나 쥐지 않고 '비폭력'을 외쳤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 중이다.
눈물과 분노보다는 희망과 축제 장 속에서 긍정의 힘을, 시민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헌법의 1조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결단코 옳다.

2008년 6월의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의 역사가 나날이 새롭게 쓰이는 것을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성과 쉽게 포기하지 않는 미래에 대한 낙관과 자신들에 대한 긍정의 힘.
얼음처럼 차갑기만 했던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아니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글로 배웠으되 책에서나 존재하리라 생각했던 예쁜 단어와 생각들이 심장에 들어와 불이 되고 있다.
배후를 그렇게 알고 싶어하는 대통령과 관료들에게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다.
당신이 장님이 아니라면, 심장이 아직도 뛴다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스스로가 배후고, 내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이 땅의 모든 이가 서로의 배후다.

부끄럽게도 스스로 이야기 했던 것들이 화살이 되어 다시 마음에 꽂힌다.
이래도 소용없을 거라는 냉소와 열패감, 자괴감으로는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것.
그렇다. 공포심이나 좌절감, 무력감으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꿈꾸는 자가 바보 같아 보여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자가 없다면 21세기에 화성을 갈 수 있었을까?

얼마 전에 우석훈 교수의 블로그에서 본 한 줄의 글귀가 내내 마음에 맴돈다.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다. 긍정하는 우리는, 미래를 믿는 우리는, 행동하는 우리는 결코 지는 법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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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inklotus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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